Page 24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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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많을수록 설명은 더더욱 복잡해진다.그러므로 제대로 발심
한 사람이라면 어찌 그 말에 의지해서 서울 사정을 알려고 할
것이며,더구나 실없는 말이나 연구하여 헛된 것을 찾으려는 선
승이 되려 하겠는가?발심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양식을 준비하
여 튼튼한 신발을 신고 천 리나 먼 길이라 해도 서울을 향해 고
생을 무릅쓰고 꾸준히 걸어갈 것이다.그러다가 일단 몸소 서울
에 도착하면 화려한 대궐과 많은 인파,번화한 문물과 엄청난
부귀를 직접 보게 된다.이래야만 비로소 직접 서울을 본 사람
이라 말할 수 있다.이렇게 직접 본 사람이라야 고향에 되돌아
가서 서울의 사정을 말할 수 있다.그러나 그가 동쪽을 서쪽이
라 하고,훌륭한 것을 억지로 천한 것이라 하며,종일토록 자기
멋대로 말하더라도 결코 그가 몸소 보았던 진실만은 분명한 것
이다.이것을 두고 ‘나는 법왕(法王)이라 법에 자재(自在)하다’고
한다.몸소 도달해서 본 사람과 도달하지 못하고 말로만 설명한
사람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말로만 설명하려 했던 경우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뽐내려는
마음이다.대체로 말로만 하는 자는 천부적인 자질이 준수하고
민첩하여 많이 듣고 널리 기억하는 사람이다.그러한 버릇이 알
음알이를 움직여서 알음알이를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
렇게 된다.알음알이는 그의 뽐내는 행위를 더더욱 부추기고,뽐
내는 마음은 알음알이를 더더욱 빛나게 하여 말을 하면 할수록
생사(生死)의 결박은 더욱더 견고해진다.그러나 몸소 본 사람은
종일토록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의 진실한 음성은 우주에 가득
찬다.그래서 영가(永嘉:647~713)스님은,“말 없을 때 말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