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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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도 알음알이로 끄달려 갈 것이니,이것은 마치 배 위에서 칼
            을 강물에 빠뜨리고서 그 위치를 뱃전에 표시하고는 이것을 기

            준으로 칼을 찾으려는 것과 같은 짓입니다.이것이 깨달음에 무
            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멀리 달마스님으로부터 계속 전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마

            치 허공에 도장을 찍는 것처럼 문자나 형상을 드러내지 않았으
            나 지극한 이치는 분명히 존재합니다.그러므로 별전이라는 말

            을 믿는 데는 실로 이유가 있다 하겠습니다.종합하여 한마디로
            표현하면 선(禪)은 문자를 떠난 교(敎)이며,교는 문자가 있는
            선입니다.선과 교에 한 털끝만큼이라도 공통점을 찾으려 해도

            결코 찾지 못하는데,더구나 무슨 구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구별되는 점은 교화의 방편이 서로 다를 뿐입니다.비유하

            자면 단단한 얼음과 한여름날의 뙤약볕이 하루 한 날 동시에 존
            재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2.방편은 깨달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가?




               약을 먹었다고 해서 모든 병이 반드시 치료되는 것은 아니며,
            병이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죽는 것은 아니다.약을 쓰느냐 마

            느냐 혹은 목숨을 구하는가 못 구하는가는 의사의 잘잘못에 달
            려 있을 뿐이다.실로 건강의 요체를 체득하여 추위로써 추위를
            물리치고 더위로써 더위를 물리친다면,실한 데다 더욱 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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