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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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續集 上 89


            로 취사(取捨)를 모두 부정해 버렸다.
               긍정할 줄만 알고 부정할 줄은 모른다면 문답을 서로 주고받

            느라고 원각을 혼동할 것이고,부정만 알지 긍정할 줄을 모른다
            면 그저 부정만 하느라고 원각을 잃어버릴 것이다.분명히 알아
            야 할 것은 긍정 또한 약이며,부정 또한 약이라는 사실이다.긍

            정해 주는 것이 약이 된다 함은 3독․4전도의 정병(正病)을 치
            료한 것이고,부정(否定)하는 것이 약이 된다 함은 작․지․

            임․멸의 조병(助病)을 다스린 것이다.
               세상에서 육신의 병을 치료하는 사례를 보지도 못하였느냐?
            일반적으로 처음 정병(正病)에 감염된 때에는 처방을 내려 치료

            하다가,급기야는 투여했던 약을 지나치게 고집하게 된다.그리
            하여 결국 이로 인해 처음 감염된 정병(正病)은 병으로 여기지

            않게 되고 도리어 약 자체가 병통이 되어,끝내 어떻게 치료해
            볼 도리가 없게 된다.약이 도리어 병이 된 것은 어지간한 의원
            은 치료할 수 없다.그러므로 다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작․

            지․임․멸이란 약 때문에 생긴 병의 근원을,여래께서 분명하
            게 밝히지 않으셨다면,그 누구라서 그 병통을 지적해 낼 수 있
            었겠는가?

               분명히 알아라.각(覺)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허망을 깨
            닫는 각(覺)은 일체의 구염(垢染)과 세간․출세간의 갖가지 견

            문진습(見聞塵習)을 치료하는 것이며,각(覺)의 본체는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구별을 떠났고,자취로는 자(自)․타(他)가 없어
            져 색(色)과 공(空)을 모두 녹여 없애고 능(能)과 소(所)를 둘 다

            잊었다.고금에 이르기까지 두루 밝고 고요하여 조금도 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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