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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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續集 上 85
하고 허한 데다 더욱 허하게 하는 오류는 없을 것이다.그 요체
를 체득하지 못하여 혹 털끝만큼이라도 약을 잘못 투여한다면,
큰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도리어 약 때문에 죽게 된다.
이 세상에 노생(盧生)과 편작(扁鵲)처럼 훌륭한 의사가 없었
더라면 수만 금의 가치가 있는 신약(神藥)이라 해도 오히려 사
람을 죽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약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이로움과 해로움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부처님을 3계의 대
의왕(大醫王)이라고 한다.부처님은 오로지 최고의 신령한 약으
로써 법신(法身)의 병을 치료하였는데,증세에 따라 방편을 쓸
경우에 순(順)으로 사용하기도 하고,역(逆)으로 시술하기도 하
면서 자유자재하게 치료해 주신다.세간에서 말하는 어떠한 신
성공교(神聖工巧)라도 부처님에게는 비교될 수 없다.
나는 그 뒤로 원각경 을 열람했었다.문수보살이 처음 부처
님께서 수행했던 인지(因地)에 대하여 질문하자,“영원히 무명을
끊어야만 불도(佛道)를 이룰 수 있으리라”라고 대답하셨다.그러
자 보현보살이 몸과 마음이 모두 허깨비인데 어떻게 이 허깨비
인 몸으로써 허깨비인 무명을 없앨 수 있을까에 대해 질문하자,
“응당히 허망한 경계를 모두 없애야 하나니,아주 없애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간직했기 때문에 ‘마음이 허깨비 같다’는 생각조차
도 없어져야 되며,‘허깨비를 아주 없애 버린다’는 생각마저도,
또한 멀리 여의었다는 그 생각까지도 또한 없애서 더 이상 없앨
것이 없게 되면,허깨비도 없어지게 되리라”고 하셨다.그러자
보안보살이 수행의 차례를 질문하자,부처님께서는 “먼저 여래
의 사마타행(奢摩他行)에 의지하여 계율을 잘 지키고,여러 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