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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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치문숭행록


                5.돈을 떨어뜨려도 돌아보지 않다[遺錢不顧]

                수(隋)대 부상(富上)스님은 익주(益州)정덕사(淨德寺)에 머물

             고 있었다.스님은 큰 삿갓을 길 옆에 걸어놓고 그 아래 앉아서
             경전을 읽었다.사람들이 왕래하여도 시주하라고 권하지도 않았

             으며,혹 시주자가 있다 해도 특별히 축원해 주지도 않았다.길
             에 다니는 사람이 없어 조용하였으므로 여려 해 동안을 지나도
             모아 놓은 것이 없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성의 서북쪽에는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니 보시가 많을 것인

             데 어찌하여 여기에 계십니까?”
                하니,스님이 답하기를,
                “한두 푼이면 한 몸 살아가기에 충분한데 많은 돈이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라고 하였다.

                능주자사(陵州刺史)조중서(趙仲舒)는 3대째나 내려오는 탐혹
             한 관리였다.그는 신심이나 존경심이 없었기에 스님의 소문을
             듣고 일부러 가서 시험하였다.말을 타고 스님 앞을 지나면서 거

             짓으로 돈 꾸러미를 떨어뜨렸으나 부상스님은 태연자약하게 독
             경을 하며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멀리 가 있다가 조중서가 사

             람을 보내 돈을 집어오게 할 때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조중서가
             스님에게 다가와 묻기를,
                “그대는 종일토록 얻은 것이 겨우 한 푼인데,땅에 떨어진 돈

             꾸러미를 남이 집어가는 것을 보고도 어찌 막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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