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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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임금에게 충성하는 행[忠君之行] 87


             금 몸소 조정에서 훌륭한 사람에게 포상하려는 의도를 설명하게
             하였으나,스님은 확고하게 뜻을 바꾸지 않았다.임금이 진노하

             여 관리에게 체포하라 분부하자,그 관리는 스님이 진실하다는
             것을 알고 스님에게 질문하기를 ,
                “장로(長老)께서 마르고 초췌하시니 병이 있으신지요?”

             하자,대답하였다.
                “병은 없다.”

                “ 병이 있다 말씀하시면 법으로 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 어찌 감히 병이라 속여 죄에 대한 꾸짖음을 면하기를 구하겠
             는가?”

                관리는 크게 한숨을 쉬며 드디어 벌을 받게 하였다.스님의
             몸에 죄목을 먹으로 써서 치주(淄州)로 귀양을 보내게 되었는데,

             보는 사람들마다 눈물을 흘렸으나,스님은 몸과 마음이 태연자약
             하였다.
                치주에 이르자 셋방을 내어 거처하였는데 학자들이 더욱 가까

             이하였다.그 이듬해 칙명으로 석방되자 부용호(芙蓉湖)에 암자
             를 짓고 지냈다.

                찬탄하노라.

                영화로움이 왔는데도 사양함은

                사람으로서 하기 어려우며
                이를 거절하여 벌이 내렸는데도
                벌을 받을지언정 속이지 않았으니
                가장 어려운 일이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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