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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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치문숭행록
충신들을 기록한 열전 가운데서도
어찌 이런 경우가 적다 하겠는가.
그러나 이를 기록함은 세상 사문들을 일깨우려 함이다.
11.꽃을 노래하여 풍자로써 간하다[咏花諷諫]
후진(後晋)때 강남(江南)의 임금님이 법안(法眼)스님을 대궐로
불렀다.마침 모란이 한창 만발하였는데,임금님이 시 한 수 하
라고 재촉하자 스님은 한 수 지어 불렀다.
빗자루 든 채로 꽃내음 마주하니
느낌이 전과 같지 아니하구나.
머리털은 오늘부터 희어지는데
꽃은 작년처럼 붉게 피었네.
어여쁜 꽃송이 아침이슬에 시들고
짙은 향기는 저녁 바람에 실려가네
어찌 꽃잎이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공(空)임을 알랴.
擁毳對芳叢
繇來迥不同
髮後今日白
花是去年紅
○異隨朝露
馨香逐晩風
何須待零落
然後始知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