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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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는 행[慈物之行] 93


                2.오리를 보호하느라고 물을 안 마시다[護鴨絶飮]

                진(晋)의 승군(僧群)스님은 청빈하게 절개를 지키며 나강현(羅

             江縣)의 곽산(藿山)에 암자를 짓고 살았다.이 산은 바다 가운데
             있었으나 깊이가 몇 길이나 되는 발우처럼 움푹 패인 돌구덩이

             에서는 시원한 샘물이 솟아 나왔다.암자와 그 돌우물 사이에는
             작은 시냇물이 있었는데,여기에 외나무다리를 놓고 이를 오가며
             물을 길었다.

                하루는 오리 한 마리가 날개가 꺾인 채 외나무다리에서 움직
             일 줄을 모르고 있었다.스님은 지팡이를 들어 쫓으려 하다가 오

             리가 다칠까 두려워 물을 긷지 않고 되돌아갔다.끝내 스님은 마
             실 물이 떨어져 죽어 버렸다.

                찬탄하노라.

                중생의 생명을 위해 자기 몸을 잊었으니
                대자비로 크게 구제하심이 이보다 지극할 수 없으리라.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오리의 생명을 살리느라
                괴로움을 참은 것은 옳다 하겠지만
                자기 목숨마저 없앤 것은

                지나침이 없다 할 수 있겠는가?
                아-아,도인(道人)은 가죽 주머니인 이 몸을
                꿈․허깨비․물거품․그림자로 볼 뿐이다.
                실로 중생에게 이익이 된다면
                육신을 콧물이나 침처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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