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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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치문숭행록
6.귀를 잘라 꿩을 구제하다[割耳救雉]
수(隋)대 지순(智舜)스님은 조주(趙州)사람으로 북쪽 정산(亭
山)에 노닐다가 그 산중에 암자를 지었다.하루는 어떤 사냥꾼이
꿩을 쫓고 있었는데,그 꿩이 스님 방으로 뛰어들어왔다.스님이
놓아주기를 간곡히 권하였으나 사냥꾼은 들어주질 않았다.그리
하여 귀를 잘라 그에게 주자 사냥꾼은 깜짝 놀라 깨닫고서 활을
던지고 사냥매를 놓아주었다.이 일로 여러 마을에서 사냥하는
생업을 버리게 되었다.스님은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을 볼 때마
다 흐르는 눈물이 얼굴에 가득 찼으며,옷을 벗어 주고 음식을
줄여 보시하는 등 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찬탄하노라.
맹자가 말하기를
‘지극한 정성에는 감동하지 않는 것이 없다’하였는데,
지순 노숙(老宿)에게서 이를 증험하겠구나.
7.가난을 구제하러 관청에 나아가다[濟貧詣官]
수(隋)의 보안(普安:530~609)스님은 서울 경양(涇陽)사람으
로 후주(後周)의 세종(世宗)이 불법을 탄압하자 종남산(終南山)
편재곡(楩梓谷)에 은거하였다.몸을 돌보지 않고 고행을 하였는
데,혹은 풀밭에서 몸을 드러내 놓고 모기들에게 피를 보시하기
도 하였으며,혹은 널린 시체 사이에 누워 있으면서 호랑이나 표
범에게 보시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