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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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참선경어
“온 법계(法界)를 뭉쳐 밥을 지었으니
머리를 박고 먹어야만 진짜 배부른 식사일세.”
이 말씀과 같이 머리를 박고 먹지 않으면 밥바구니 옆에서 굶어
죽거나 큰 바닷속에서 목말라 죽는 것과 같으니 무슨 일이 되겠는
가.이것이 ‘깨닫고 난 다음에는 모름지기 선지식을 만나야 한다’
고 하는 이유이다.그러므로 옛 스님들께서도 깨닫고 난 다음 선
지식을 만나 완성되었다.
만일 자기 스스로만 깨닫고 선지식을 만나서 못을 뽑고 빗장을
열듯 의문과 번뇌를 뽑으려 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들을 모두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3.경계를 헤아림에 빠지는 장애
참선하다가 의정을 일으켜 법신도리와 상응하게 되면 산을 보
아도 산이 아니고 물을 보아도 물이 아니다.그렇게 되면 온 누리
가 꽉 막혀 실오라기 만한 빈틈도 없게 된다.이런 가운데 홀연히
헤아리는 마음이 생겨서 마치 눈앞에 무엇이 가려져 있는 듯하고
심신을 가로막는 듯하여,끄집어내려 해도 나오지 않고 쳐부수려
해도 깨지지 않는다.문제삼았을 때는 무엇인가 있는 듯하다가 놓
아 버리려 하면 아무것도 없는 듯하여,입을 열어도 숨을 내뿜을
수 없고 몸을 움직이려 해도 발을 뗄 수 없게 되는데,이런 경계
라 해도 역시 제대로 된 것은 아니다.이런 경우도 온몸 그대로
병통이지 선이 아니다.이런 이들은 옛 스님들의 바른 공부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