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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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납자에게 주는 글 97
무리들은 염치도 모르고 인과를 믿지 않아서 몰래 탐욕을 행하며
사람을 만나면 함부로 입을 놀려 무지한 이들을 속인다.그리고는
“나는 어떤 선지식을 만난 적이 있다”느니 “어느 큰스님의 법을
이었다”느니 하면서 무지한 이들이 이 말을 믿고 받아들이게 한
다.그들과 좋은 사이가 되어 혹은 도반이 되기도 하며,혹은 불러
들여 자기의 제자로 삼아 위에서 하는 일을 아랫사람이 본받게 한
다.
그러면서 스스로 그 잘못을 알지 못하고 반성하려 하지도 않으
며,또 바른 선지식을 만나 보려 하지도 않고 망령되게 저 혼자만
잘났다고 여겨 망언함을 보게 되니,이러한 무리들을 가엾은 자라
고 부르는 것이다.그런데 지금도 대중생활을 싫어하고 자기 처소
만을 찾는 이가 있으니,어찌 한심한 사람들이 아니겠는가?진정
도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망념이 싹트지 않게 조심해야 한
다.대중 속으로 들어가 함께 참구하면서 피차간에 자극이 되어
주는 것이 정말 필요한 일이다.이렇게 하면 비록 도를 깨닫지는
못할지라도 결코 앞서 말한 경우와 같은 지경에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니,납자들은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