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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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참선경어
6.알음알이로 나타난 경계를 형상화하는 장애
참선할 때 의정을 일으켜 법신도리와 상응하게 된 어떤 이들은
마치 눈앞에 어른어른하게 무엇인가가 있는 듯한 것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이 어릿어릿한 것에다가 계속 의심을 붙여 가면서 이제
는 눈앞에 마주 선 말뚝처럼 확연하게 형상화(形象化)한다.그러면
서 스스로 “나는 법신도리를 터득했고 법신의 성품을 보았노라”
하며,이러한 형상들이 괜히 자기 눈을 눌러서 나타난 헛것임을
모르고 있다.이런 사람은 온몸 그대로 병통이지 선은 아니다.만
약 진실로 깨닫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세계의 넓이가 한 장(丈)이면
고경(古鏡)도 한 장(丈)이듯 몸을 가로눕히면 온 우주를 덮어야 한
다.그 속에선 티끌 세계를 찾아볼래야 정말로 찾을 수 없다.이런
데에서 무엇을 가지고 ‘자신’이다,‘상대’다 하며,또 무엇을 가지
고 ‘어떤 것’이니 ‘어른어른’하다느니 하겠는가?운문(雲門)스님께
서도 역시 이러한 병통을 지적하셨으니,아직까지 많은 글이 남아
있다.만약 이 한 가지 병만 밝혀 낼 수 있으면,다음 세 가지 병
도 모두 얼음 녹듯 녹아 버릴 것이다.나는 전에도 이렇게 납자들
에게 말한 적이 있다.
“법신 가운데 병이 가장 많이 생겨나니 반드시 큰 병을 한바탕
앓고 나야 비로소 병의 원인을 알게 된다.가령 온 누리 사람이
다 참선을 한다 해도 이 병을 앓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아직
없었다.오직 눈먼 사람,귀머거리,벙어리만이 예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