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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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의정을 일으킨 납자에게 주는 글 105
동산(洞山:807~869)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높은 묏부리 빼어나게 솟았으니
나는 학(鶴)은 멈출 곳을 모르고
신령한 고목 먼 곳에 우뚝하니
봉황[鳳]새도 기댈 곳 없구나!
峯巒挺異 鶴不停機
靈木沼然 鳳無依倚
여기서 ‘높은 묏부리 신령한 고목’은 엄청 깊숙한[玄奧]경지로
무미건조하다는 의미가 아니고,‘머무를 곳도 기댈 곳도 없다’함
은 너무나 생생하여 죽은 갈단(獦狚)같은 경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님을 잘 알아야 한다.참구하여 깊숙한 곳에 이르지 못한다면
이치를 깨닫는 심오한 경지를 모르고,만일 활발한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기연(機緣)을 굴리는 묘리(妙理)를 알지 못하게 된다.도인
의 마음씀은 아무 마음 쓸 곳이 없는 데까지 마음을 쓰는 것이니
그래야만 제대로 선지식을 만나 칠통 같은 의심의 응어리를 쑥 뽑
아 버리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그러니 어찌 그루터기를 지켜 토
끼를 잡으려는[守株待兎]바보처럼 한쪽 구석에 머물러 있으면서
새장에 갇힌 학(鶴)이나 털 빠진 봉황[鳳]이 되기를 달갑게 여기겠
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