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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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의정을 일으킨 납자에게 주는 글 107
7.얻은 경계를 경론에 맞춰 이해하는 장애
참선하다가 의정을 일으켜 법신도리와 상응하게 되면 어떤 이
들은 “온 누리가 사문의 한쪽 눈이며 온 누리가 자기의 신령스런
마음이라 모두가 다 이 안에 있다”고 한 장사(長沙)스님의 말씀을
보게 되거나 또는 “티끌 하나 속에 끝없는 법계의 진리가 담겨 있
다”는 경전의 말씀을 끌어다가 여기서 이해하려 한다.그리고는
앞으로 더 나아가려 하지도 않고 살지도 죽지도 못하면서 이런 식
의 이해를 깨닫는 공부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이런 사람은 온몸
그대로가 병통이지 선은 아니다.설사 도리[理]와 상응했다 하더라
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전적으로 도리 자체가 장애일 뿐이
며,법신 쪽에만 치우쳐 있게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그러니 하물며 그 이해에 엉켜서 깊은 진리 속에는
들어갈 수 없음에야!마치 눌러도 죽지 않는 원숭이와 같으니 이
미 죽지 않는다 했을진대,또 어떻게 기절했다가 소생할 수가 있
겠는가.분명히 알아야 한다.처음 의정이 생기거든 곧 도리와 상
응하도록 할 것이며,이미 그렇게 되었거든 더 깊은 곳으로 들어
가야 한다.그리하여 만길 낭떠러지에서 곤두박질을 쳐 떨어진 뒤
팔을 저어 장강(漳江)을 벗어나야만 비로소 도인의 공부가 된다.
그렇지 않다면 모두 사기꾼으로서 종문(宗門)을 떠맡을 납자가 아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