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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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의정을 일으킨 납자에게 주는 글 103
혀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다.
옛사람들은 마음씀이 한결같아서 의심이 일어나면 산을 보아도
산이 아니고,물을 보아도 물이 아닌 경지에 와서도 그것을 헤아
리는 마음이나 다른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꼿꼿하게 헤쳐 나갔다.
그러다가 홀연히 어느 아침 의심 덩어리가 깨어지고 나면 온몸 그
대로가 눈동자가 된다.그리하여 산을 보니 여전히 옛 산이요 물
을 보니 여전히 옛 물이어서 “산하대지가 어디서 왔는가!”하고
외치게 된다.이때 실오라기만큼이라도 깨달았다는 자취는 찾을래
야 찾을 수 없다.이러한 경지에 도달하거든 꼭 선지식을 만나 보
아야 한다.만약 옳은 스승을 만날 수 없으면 고목나무 큰 바위
앞 갈림길에 또 하나의 갈림길이 있게 되는 것이다.여기에서 발
을 헛디뎌 넘어지지 않고,고목나무 뿌리에 걸려 자빠지는 꼴을
당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 박산(博山)이 그와 동참의 의를 맺
겠다.
4.쉼[休歇]에 빠져 의정을 놓아버리는 장애
참선할 때 의정을 일으켜 법신도리와 상응하게 되면 문득 가라
앉고 고요한 쪽으로 기울게 된다.그리하여 “그곳에서 쉬어라,쉬
어라”하며 만년 부동(不動)의 일념을 갖고서 의정은 법신도리 속
에 모셔 두고 꺼내 쓰지 않아서 오직 죽어가고 있을 뿐이다.다시
는 돌아오지도 않고 아무것도 개의치 않으며 아무런 기척도 없이
썩은 물[死水]속에 빠져들고 있으면서 스스로는 그것이 최상의
진리라고 생각한다.이 역시 온통 병들어 있는 것이지 선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