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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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참선경어
8.담담한 경계를 궁극적인 깨달음이라 여기는 장애
참선하다가 의정을 일으켜 법신도리와 상응하게 된 어떤 이는
행주좌와(行住坐臥)에 마치 햇빛이나 등불 그림자 속에 있는 듯 아
무 맛도 없는 담담한 경계에 빠진다.혹은 다시 모두 놓아버리고
맑은 물 영롱한 구슬이나 맑은 바람 밝은 달과 같은 경계에 앉게
된다.이렇게 되고 나면 자기 자신과 바깥 세상을 몽땅 뭉쳐서 한
조각으로 만들고,그 청정하고 날카로운 상태를 궁극적인 경지라
고 여긴다.그리하여 몸을 돌려 숨을 쉬지도 않고,더 이상 망념을
떨쳐 버리려 하지도 않으며,선지식에게 인가(印可)를 받으려 하지
도 않는다.어떤 사람은 이렇게 깨끗한 경계 속에서 또 다른 생각
을 일으키면서 그것을 깨닫는 방편이라고 여기니,이런 사람은 온
몸 그대로가 병통이지 선은 아니다.
천동사(天童寺)정각(正覺:1091~1157)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
다.
“맑은 빛이 눈에 비추어도 마치 길 잃은 사람 같고,분명하게
몸을 돌렸지만 오히려 지위[位]에 떨어졌다.”
자못 밝은 빛이 눈에 들어온다면,그것을 어찌 맑은 물이나 영
롱한 구슬,맑은 바람이나 밝은 달 같은 경지라고 아니 할 수 있
겠는가.또한 분명히 ‘몸을 돌렸다’함은 다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여기서 ‘길을 잃었다’함과 ‘지위[位]에 떨어졌다’
는 그 말을 도장찍듯 확실히 소화해 내면 된다.납자들이 이 경지
에 도달하면 다시 어떻게 닦아 가야 하는가.반드시 크게 탈바꿈
하여 석존처럼 꽃 한 송이 집어든 장육금신(丈六金身)의 부처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