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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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의정을 일으킨 납자에게 주는 글 109
어 씀씀이에 분수 밖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니,그렇게 하지 않
으면 배는 말뚝에 매어 둔 채 노만 흔들리며 어부는 집안에 들어
앉은 격이 된다.이런 이를 ‘혈기 없는 사람’이라고 하니 아무리
많이 때려죽인다 해도 무슨 죄가 되겠는가?
9.신기한 경계에 현혹되는 장애
참선하다가 의정을 일으켜 법신도리와 상응하게 되면 법신 쪽
에다 특별하다는 생각을 낸다.빛이나 꽃이 보이고 여러 가지 신
기한 모습이 나타나면 자기가 성인(聖人)이 되었다고 생각하고,이
런 신기한 모습으로 사람을 현혹시키면서 스스로는 확실히 깨달았
노라고 한다.그러나 그들은 이것이 전부 병통이지 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경계로 나타나는 신기한 모양은 자기
망심(妄心)이 맺혀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혹은 마(魔)가 틈을
타고 들어와서 그런 경계를 짓는 수도 있고,혹은 제석천신이 변
화해서 수행인을 시험해 보느라 나타나는 수도 있다.망심이 맺혀
그런 경계가 나타나는 경우는 정토(淨土)수행의 예를 들 수 있다.
그들은 어떤 상을 관(觀)함에 오직 그것만을 염두에 둔다.그러다
가 홀연히 부처나 보살 등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16관
경(十六觀經) 에 설해진 내용은 모두 정토교(淨土敎)의 이론과는
맞으나 참선의 요문(要門)은 아니다.마가 틈을 타고 들어오는 경
우는 능엄경(楞嚴經) 에 나오는 예를 들 수 있다.오온(五蘊)이 빈
가운데 수행하는 사람 마음에 집착이 생기면 마(魔)가 자기 마음대
로 모습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또 제석천신이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