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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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참선경어
“닦아 증득함이 없는 것은 아니나 물들음도 없다.”
여기서 물들지 않은 수행을 원만한 수행[圓修]이라 하는데,도리
어 이 ‘수행’이라는 말에 집착해서야 되겠는가.또한 이 물들지 않
은 ‘깨침’을 두렷한 깨달음[圓證]이라 하는데,도리어 이 ‘깨침’이
라는 말에 집착할 수 있겠는가.만약 이렇게 닦아 간다면 종일토
록 수행하고서도 닦았다 할 것이 없다.한편 청소하고 향 피우는
일까지도 모두 무량한 불사인데 그래도 수행과 증득을 없다 할 수
있겠는가.다만 그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얘기일 뿐이다.9지(九地)
보살조차도 무공용행(無功用行:애쓰지 않고 저절로 되는 공부)을
하는데 하물며 10지(十地)에 있어서랴.
마침내 쏟아지는 비처럼 유창하게 설법하는 등각위(等覺位)에
이르렀어도 오히려 남전(南泉:748~834)스님은 “도와는 영판 어
긋났다”고 꾸짖으셨다.그러니 하물며 10지에서 닦는 관조행(觀照
行)과 우리 선문과의 우열을 비교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