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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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공안을 참구하는 납자를 위한 글 135
않았을 뿐이다.또한 세상 인연을 관찰해 내고 지극한 도를 절실
히 참구한다면 이 역시 관조가 되는 것이다.다만 ‘관조’라는 이름
을 내세우지 않았을 뿐이다.
원각경(圓覺經)에서는 이렇게 설하였다.
“……오직 돈각(頓覺)한 사람과 법(法)을 수순(隨順)하지 않는 사
람은 이 범주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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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관조하는 것을 공부로 여긴다면 능히 관조하는 주관심이
있는 것이니,그렇다면 관조되는 객관 대상도 있게 될 것이다.이
렇게 주관[能]과 객관[所]이 대립된다면 망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
가?
그러므로 선종(禪宗)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홀로 큰 경지를 밟으니 마음 밖에 따로 경계가 없어서 시방세
계와 부모가 준 심신을 하나로 녹여 그 자리에서 생사를 끝장내야
비로소 방편 하나 얻었다 하리라.여기에서 향상일로(向上一路)의
화두를 다시 붙들어라.그렇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이 도깨비굴에서
살 꾀를 내는 꼴이다.”
어찌 이 말씀을 점수점증(漸修漸證)하는 공부와 같이 논할 수 있
겠는가.결과적으로 얼굴만 번듯해 가지고 실제로 이런 경지에 도
달하지 못하면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며 ‘불쌍
한 자’라고 불러 마땅하니,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이들이다.
남악(南嶽:677~744)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 원각경 에서는 3관(三觀:奢摩他,三摩鉢提,禪那)을 돈․점으로 닦는 25가
지 법을 세우고,일체 여래와 3세 수행자들이 모두 이 법을 통해 깨달았다고
하는데,단 완전히 깨친 사람과 법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예외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