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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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처음 발심한 납자가 알아야 할 공부 37
시덤불을 지나가도 걸리거나 막히는 일이 없다.이렇게 되어야 비
로소 세간법에서도 자유로워진다.그렇지 않으면 언제나 바깥 경
계에 끄달린다.여기에서는 조금만큼의 공부를 이루려 해도 당나
귀해[驢年:12간지에 없는 해로,실현될 가능성이 없음을 비유함]
가 되도록 끝없이 기다려 보았자 꿈속에서도 공부의 진전을 볼 수
없을 것이다.
15.언어 문구를 배우지 말라
참선하는 납자는 문구(文句)를 따져 연구하거나 옛사람의 말씀
[言語]이나 외우고 다녀서는 안 된다.이러한 일은 무익할 뿐 아니
라 공부에 장애가 되어서 진실한 공부가 도리어 알음알이로 전락
해 버린다.이러고서는 ‘마음의 움직임이 완전히 끊긴 자리[心行處
絶]’에 이르려 한들 되겠는가.
16.알음알이를 내지 말라
참선할 때에는 비량(比量)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마음을 여러
갈래로 치닫게 하면 도(道)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니,그런 식으로
는 미륵이 하생할 때까지 해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만
일 의정(疑情)이 문득 일어난 납자라면 허공 속에 갇혀 있어도 그
것이 허공인 줄 모르고 또한 은산철벽(銀山鐵壁:깨뜨리기 어려운
장애를 비유함)속에 앉아 있듯 하여 오직 살아나갈 길만을 모색
해야 하니,“살길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편안하게 은산철벽 밖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