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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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처음 발심한 납자가 알아야 할 공부 39


             을 보고는 문득 자기가 깨달았다고 착각한다.드디어 알음알이를
             깨달음이라고 생각하여 그것으로 사람들을 함부로 속인다.그러다

             가 호된 열병에라도 한번 걸리면 아프다고 하늘에 닿도록 소리치
             니 평생 동안 깨달은 바가 하나도 쓸모 없게 된다.이윽고 죽는
             마당에 이르면 마치 끓는 냄비 속에 들어간 방게처럼 발버둥을 치

             게 되니 그제서야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황벽(黃檗:?~850)스님은 이런 노래를 지으셨다.



                티끌 세상을 벗어남은 보통일이 아니니
                고삐끝을 꼭 잡고 한바탕 일을 치르라.
                매서운 추위가 뼛속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떻게 매화향기 코를 찌르랴.

                塵勞廻脫事非常 緊把繩頭做一場
                不是一翻寒徹骨 爭得梅花醭鼻香



               이것은 가장 간절한 말씀이니,이것으로써 때때로 스스로를 채
             찍질하면 공부는 자연히 날로 향상될 것이다.그것은 마치 백리길
             을 가는데 한 발자국을 걸어가면 한 발자국만큼 길이 줄어드는 것

             과 같은 이치이다.한 발자국도 걸어가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게 되면,비록 자기 고향 일은 훤히 설명할 수가 있지만 진정한

             고향인 깨달음에는 끝내 이르지 못하게 될 것이다.자,어느 쪽 일
             을 택해야 마땅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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