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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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참선경어
현전한다면 어떻게 공(空)에 떨어질 수 있겠는가.오직 이렇게 공
에 떨어질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공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니 하물며 화두가 현전할 수 있겠는가.
22.한 생각만 놓쳐도
참선할 때에 의정을 깨뜨리지 못했으면 마치 깊은 물가에 간 듯
살얼음판을 지나듯 조심해야 하니,털끝만큼이라도 한 생각 놓쳐
버리면 목숨을 잃어버리게 된다.
의정을 깨뜨리지 못하면 큰 이치를 밝히지 못한다.이런 상태에
서 숨이 떨어지면 또 한 생을 중음신(中陰身)이 끄는 대로 끌려 다
니다가 업식(業識)에 매이는 결과를 면치 못한다.그리하여 계속
다른 몸을 받고 윤회하면서도,머리를 바꾸고 얼굴을 바꾸어도 알
아차리지 못하게 된다.이렇게 하여 의정에다가 또 하나의 의정을
덧붙이게 되어서 화두를 들어도 결정코 밝혀야 할 곳을 밝히지 못
하고 깨야 할 것을 깨지 못한다.이 일을 도둑 잡는 일에 비유하
자면 물증으로 장물(贓物)을 찾아내야 비로소 잡았다고 하는 것과
같다.
23.직접 부딪쳐 깨달아라
참선할 때에는 깨닫겠다는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된다.이것은 마
치 어떤 사람이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집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것
과 같다.이런 사람은 끝내 집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니 반드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