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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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참선경어
하면서 방울 달린 말[馬]을 훔친다는 이야기와 같으니 부질없이
자기를 속일 뿐이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이러한 사람의 병통은 의심을 일으키지 않고 공안을 참구하지
도 않으며,온몸으로 깨달아 보겠다는 의지 없이 그저 알음알이로
망념만을 다스리려 하는 데 그 원인이 있다.설사 이런 사람은 맑
고 고요한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사실은 명근(命根)까지는 끊지 못
하였으니 결국 참선하는 납자라고 할 수는 없다.
31.생사애증에 미련을 두지 말라
현사스님이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오직 생사애증(生死愛憎)의 그물에 길이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하니 그렇게 되면 선악의 업장에 끄달려 자유가 없는 형편
이 되고 만다.이렇게 되었을 때 설사 그대들이 몸과 마음을 허공
처럼 닦을 수 있고,또한 마음[精明]이 맑아서 흔들리지 않는 경지
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알음알이[識陰]를 벗어나지 못한 경
계이다.옛사람은 이것을 두고 ‘급류가 거침없이 흐르는데도 알지
못하고 허망하게도 고요하게 여기는 경계’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식심(識心)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비록 심신을 허공처럼 닦는다
하더라도 악업(惡業)에 끌려간다.또한 마음이 맑아 흔들리지 않는
다고 한 경지가 바로 알음알이의 경계이니 어떻게 생사를 벗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