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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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참선경어


             식으로 쉰[休歇]다면 천불(千佛)이 세상에 다시 나온다 하더라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도리어 마음은 더욱 번민에 싸일 뿐이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의정(疑情)을 일으키려 하지 않으면 명근(命根)이 끊어지지 않으
             니,명근(命根)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쉬어 보았자 되지도 않는다.
             이 쉰다[休歇]는 말이 바로 생사의 근본이니,비록 백천 겁을 지난

             다 해도 끝내 깨달을 기약이 없을 것이다.




               34.주관이 객관을 관조하는 망념

               대혜스님이 말씀하셨다.
               “다음과 같이 납자들을 지도하는 부류가 있다.‘어떠한 연(緣)을

             만나든지 주인공을 잃지 말며 생각[情]을 잊고 묵묵히 관조(觀照)
             하라’고.그러나 이런 식으로 해 나가다 보면 그 결과는 마음속에

             번민만 더해 갈 뿐 끝마칠 기약은 없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이미 잃지 않으려는 마음과 비추어 보려는 대상이 있다면 주관
             [能]과 객관[所]이 대립한 것이니 망념이 아니고 무엇인가.만약

             망념을 가지고 참구한다면 문득 자기 마음에서 자재할 수가 없게
             된다.오직 제자리에서 생사를 끊어 버려 주관과 객관이 일지 않

             게 해야 마음속에 꽉 막혔던 응어리가 물통 밑바닥이 빠져나가듯
             쑥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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