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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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옛 큰스님의 가르침에 대해 평하는 글 81
29.함부로 세상일에 간여하지 말라
현사스님이 말씀하셨다.
“요즘 사람들은 이 도리를 깨닫지 못하고서 함부로 세상일에 뛰
어든다.그리하여 가는 곳마다 물들고 하는 일마다 얽매이게 된다.
그런 사람은 도를 깨달았다 해도 바깥 경계를 만나면 금세 분주해
지니,깨달았다고 하는 것은 유명무실할 뿐이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가는 곳마다 물들고,하는 일마다 매이는 이유는 참구하는 마음
이 절실하지 못하여 명근(命根)을 끊지 못하고 죽지 않으려고 바둥
대기 때문이다.진정한 납자는 마치 독벌레가 지난 마을처럼 물
한 방울도 적실 수 없을 만큼 되어야 비로소 철저하게 깨닫게 된
다.
30.억지로 망념을 다스려 공무(空無)에 떨어지는 병통
현사스님이 말씀하셨다.
“이런 식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마음[心念]을 단단히 검
속하여 모든 현상[事]을 싸잡아 공(空)으로 귀결시키고,눈을 딱 감
고서 겨우 망념이 일어날라치면 갖은 방법으로 부숴 없애고,미세
한 생각이 일자마자 곧 억눌러 버린다.그러나 이러한 사람은 단
견(斷見)에 빠진 외도[空無外道]로서 죽어서 구천에 머무르지도 않
고 환생하지도 못하는 혼이라,깜깜하고 아득하여 아무런 느낌이
나 인식이 없다.이는 마치 자기 귀를 틀어막고 남도 못 듣겠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