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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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납자에게 주는 글 89
모르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일은 모두 알음알이[識心]가 그렇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만일 한순간[一念]에 잘못되었음을 알려 한
다면 모든 집착을 놓아버리고 선지식을 찾아 깨달음에 이르는 방
편을 찾아야 되거니와,그렇지 않으면 생멸심만 커져 가서 오래되
면 마(魔)가 달라붙어 거의 구제불능이 된다.
2.고요한 경계만을 찾는 장애
참선할 때 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어떤 이들은 바깥 경계[境
緣]에 대해 싫증이 나서 떠날 마음이 생긴다.그리하여 사람 없는
고요한 곳에 즐겨 머무르면서 문득 힘을 얻었다고 느끼고는 그곳
에 어떤 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이들은 조금이라도 시끄
러운 경계를 만나게 되면 마음이 즐겁지 않게 되니,이것은 생멸
심이지 선은 아니다.이런 식으로 오래 앉아 있게 되면 고요한 경
계에만 마음이 맞아 아득히 캄캄하여 아무런 지각(知覺)도 상대(相
對)도 없어진다.비록 선정(禪定)에 들었다 하더라도 마음이 응고
되어 움직이지 않으니 소승(小乘)과 무엇이 다르겠는가?조금만 경
계인연을 만나면 곧 자유롭지 못하고,성색(聲色)을 듣고 보게 되
면 두렵고 무서워하는 마음이 생긴다.그 틈을 타서 마(魔)가 침입
하고,그 마력 때문에 모든 불선(不善)을 하게 되니 일생 동안 수
행한다 해도 아무 이익이 없게 된다.이러한 병통은 모두 애초부
터 잘못된 마음으로 공부하고 의정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하여 선
지식을 만나 보려고도,믿으려고도 하지 않고 다만 조용한 곳에서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였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이런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