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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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참선경어
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납자에게 주는 글
1.지식으로 헤아리는 장애
참선할 때 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 중에는 옛 큰스님들의 행
적과 저서들을 뒤적이며 이론을 검토하여 지식을 구하려는 무리들
이 있다.이들은 언어로 된 불조(佛祖)의 가르침을 하나로 꿰뚫어
서 도장을 하나 만들어 놓고는 그것을 잣대로 삼는다.그러다가
공안(公案)하나라도 들게 되면 곧 알음알이로 따져 이해하려 하고
본래 참구해야 할 화두에는 의심을 일으키지 않는다.그리하여 남
이 따져 물으면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니,이는 생멸심이지
선(禪)은 아니다.
혹 어떤 사람은 묻는 대로 바로 답해 주거나 손가락을 곧추세우
고 주먹을 쳐들거나 붓을 쥐고 일필휘지로 게송을 지어 납자들에
게 보여주고 참구하도록 하면서 그 속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말한
다.그리고 스스로는 확실히 깨닫게 하는 방편을 얻었다고 생각하
고 있다.그러나 그는 의정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까맣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