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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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납자에게 주는 글 91
4.공(空)에 빠지는 장애
“참선하는 데 의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자기 심신과 바깥 세계를
모두 공(空)으로 돌리고,텅 비어 아무 매일 곳도 의지할 곳도 없
는 경지에 다다라,자기 심신이 있는 것도 세계가 있는 것도 보이
지 않고,안팎을 구분할 수 없이 모든 것이 공(空)이 된다”라고 하
는 이가 있다.여기서 이런 경지가 바로 선(禪)이라 여기면서 ‘이
렇게 공(空)해질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부처’라고 말한다.그리하
여 앉아도 길을 가도 다 공(空)이어서 오고 감이 모두 공이다.행
주좌와(行住坐臥)언제나 마치 허공 속에서 하는 듯하게 되니 이것
은 생멸심이지 선은 아니다.집착하지 않는 경우는 완공(頑空:斷
滅空의 허물)에 빠져 캄캄무지하게 되고,집착하면 바로 마(魔)가
되어 버리는데,자기 스스로는 확철대오하는 방편을 얻었다고 착
각하고 있다.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그 공(空)이 참선과는 아무 관
계도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진정한 납자라면
의정을 일으키고 화두를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긴 칼인 양 생각
하여 그 칼날에 부딪치는 사람은 목숨을 잃어버린다고 여겨야 한
다.만약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설사 공(空)하여져서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경지를 얻었다 해도 그것은 다만 ‘텅 비어 인식이
없는 상태’일 뿐 완전한 공부는 아니다.
5.알음알이로 공안을 해석하는 장애
어떤 이들은 참선할 때 의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마침내 알음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