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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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참선경어


             이로 헤아려 옛 스님들의 공안을 어지러이 천착해 댄다.그들은
             공안에 대하여 전부를 들어주느니[全提]부분만 들어주었느니[半

             提]하며,향상구(向上句)니 향하구(向下句)니 한다.또는 이것은 군
             주[君]이며 저것은 신(臣)이고 어떤 것은 핵심적인 내용이며 어떤
             것은 부수적인 이론이라고 말한다.그러면서 자기는 알음알이로

             따져 이해한 사람들로서는 미치지 못하는 경지에 왔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비록 옛사람이 하셨던 꼭 그대로 도리를 설명

             해 낼 수 있다 하더라도 생멸심이지 선은 아니다.옛사람들의 한
             마디 말씀은 마치 솜뭉치 같아서 삼킬 수도 토할 수도 없으니,어
             찌 공부하는 사람에게 많은 해석의 여지를 허락하여 알음알이를

             이끌어내도록 하겠는가.그들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것이다.만일 의정을 일으켜 온몸으로 부딪쳐 들어갈 수 있다면

             해석의 여지와 알음알이는 그대들이 죽어 없어지기 전에라도 자연
             히 잠잠해질 것이다.




               6.4대(四大)육신에 주인공이 있다고 생각하는 장애

               참선하는 데 의정을 일으키지는 않고서 이 심신(心身)은 순전히

             잠깐 동안의 인연[假緣]이라고 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그들은 또
             이렇게 생각한다.“그 가연(假緣)인 심신 속에 오고 가는 ‘한 물건’
             이 있어서 모양다리도 없는 것이 움직이기도 했다,가만히 있기도

             했다 하면서 6근(六根)을 통해서 빛을 놓고 땅을 흔든다.그것은
             흩어지면 온 세계에 다 퍼지고 거두어들이면 터럭만큼도 안 된다”

             고.그리하여 그 속에 도리가 있다고 착각하고는 의정을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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