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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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납자에게 주는 글 95
공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이것이 세간법에 있어서라면
좋은 일이라 하겠으나 참구하는 본분에 있어서는 어디에 해당되는
일인가.옛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절대로 다른 일[機境]에서 찾지
말라!”하셨는데,예불도 딴 일이고 참회도 딴 일이라 한다면 갖가
지 훌륭한 불사(佛事)도 모두 딴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그렇다
고 하여 그대들에게 이런 모든 좋은 일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다만 한 곳에 마음을 쓰다 보면 이러한 모든 좋은 일이
의심을 일으키도록 돕고 선근(善根)을 늘린다.그러다가 뒷날 도안
(道眼)이 홀연히 열리면 향 사르고 청소하는 일까지도 다 불사(佛
事)가 될 것이다.
9.세속사를 무애행으로 착각하는 장애
참선할 때 의정은 일으키지 못하고 문득 한가하게 처신하거나
부산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그들은 사람을 만나면 저절로 춤
과 노래가 나오고 스스로 즐거워한다.혹은 물가나 숲 속에서 시
(詩)를 읊조리면서 담소하거나 저자거리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
면서 자기 스스로를 공부 다 마친 도인이라고 생각한다.그러다가
어떤 선지식이 총림을 열고 법도를 세워 좌선이든 염불이든 혹은
어떤 수행이라도 하는 것을 보게 되면,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업
신여기고 모독하려는 마음을 낸다.자기는 도를 닦지 않으면서 남
닦는 일은 방해하고,자기는 경을 봉독(奉讀)하거나 예불참회하지
않으면서 남이 하는 것을 방해한다.또 자기는 참선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 참선하는 것을 방해하고,자기는 총림을 열고 설법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