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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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선림보훈 상
2.
인조(仁祖)황우 초년(皇祐 1年 즉 1049年)에 조정에서 환관을
파견,비단에 조서를 적어서 거눌스님을 큰 절인 효자사(孝慈寺)에
머무르도록 청하였다.거눌스님은 병을 핑계로 일어나지 않고 소
문(疏文)을 올려 대각스님을 추천하는 것으로 조정의 부름에 응하
였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성스러운 천자께서 도덕을 높이 드러내시어,그 은혜가 샘물
이나 돌에게까지도 미쳤습니다.스님은 무엇 때문에 사양하시는지
요?”
스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외람되게도 승려의 무리에 끼여들긴 하였으나 보고 듣는
것이 총명하지 못합니다.그런데도 요행히 숲 속에 안주하여 거친
밥을 먹고 흐르는 물을 마시며 살아갑니다.비록 불조(佛祖)의 경
지라 해도 하지 않으신 일이 있는데 그러하지 못한 사람이야 말
해 무엇하겠습니까?선철(先哲)도 ‘큰 명예는 오래 간직하기 어렵
다’고 하셨으니 나는 평생을 자족할 줄 아는 뜻을 실천할 뿐,명
성과 이익으로 자신을 얽어매지는 않겠습니다.마음이 넉넉하다면
언제인들 만족스럽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동파(東坡)도 언젠가 말하기를,“편안한 줄 알면 영화
롭고,만족한 줄 알면 부자다”라고 하였다.원통스님은 명예를 피
하여 절개를 지키고,훌륭하게 시작하여 훌륭하게 마치는 일을 체
득했다 하겠다. 행실(行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