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7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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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암 덕광스님 217



                 4.
               자기와 대중을 통솔하는 데는 반드시 지혜가 필요하고,그릇된

            망정을 떨쳐 버리는 데는 반드시 깨달음이 필요하다.깨달음을 등
            지고 6진(六塵)과 어울리면 마음이 가려지고,지혜와 어리석음을

            분간 못 하면 일이 문란해진다.                         주감사서(晝監寺書)


                 5.
               불감(佛鑑)스님이 태평사(太平寺)에 머무르면서 고암(高庵)스님

            에게 유나(維那)직을 맡겼다.고암스님은 어린 나이에 기상이 호탕
            하여 제방(諸方)의 스님을 무시하며 마음속으로 인정하는 자가 적

            었다.
               하루는 점심 공양시간을 알리는 건치[楗:작은 종]가 울리니,
            행자가 다른 그릇에 음식을 담아 불감스님 앞에 놓는 것을 보았
            다.고암스님은 당(堂)에서 나와 엄격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오백이나 되는 큰스님들에게 다 이렇게 해드린다면 무엇으로
            써 후학들에게 모범을 보이겠는가?”

               불감스님은 못 들은 체하고 있다가 그가 당에서 내려오자 인
            사하고는 곧 물에다 점심 반찬인 채소를 씻었다.불감스님은 평소
            에 비장병(脾臟病)이 있어 기름진 음식을 먹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고암스님은 부끄러워하며 방장실에 나아가 유나직에서 물러나겠
            다고 하자,불감스님이 말하였다.

               “그대가 한 말은 매우 합당하다.내 병 때문에 그러했을 뿐이
            다.성인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이치로써 모든 장애를 뚫는
            다’라고.먹는 것이 호화롭지 못하니 대중들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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