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9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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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암 덕광스님 219
8.
졸암스님이 야암(野庵)스님에게 말하였다.
“승상인 자암거사(紫巖居士)가 묘희스님을 이렇게 말하였다.
‘묘희스님은 평소 도덕․절개․의리․용기를 우선하시니,친
할 수는 있어도 멀리하지는 못하고 가까이는 해도 범접하지는 못
하며 죽일 수는 있어도 욕되게 할 수는 없는 분이다.거처는 방탕
하지 않고 음식도 멋대로 맛을 탐하지는 않으며 생사와 재앙에
임해서도 무심히 넘겼으니,이 분이야말로 간장(干將)․막야(鏌鎁)
의 보검으로서 함께 칼끝을 다투기가 어려운 상대라 하겠다.다만
해를 입어 다치지나 않을까 미리 걱정스러울 뿐이다.’
뒤에 과연 자암거사의 말처럼 되었다.” 환암기문(幻庵記聞)
9.
야암스님은 주지하면서 납자들의 사정을 잘 알아주고 총림의
일에 밝았다.언젠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어느 총림의 주지라면 반드시 목적과 실천이 뚜렷한 납자를
가려내어 도와주어야 한다.그 일을 마치 머리에 빗이 있고 얼굴
에 거울이 있듯 한다면 이익과 병통․좋고 나쁜 것이 숨겨지지
못하리라.
이는 자명(慈明)스님이 양기(楊岐)스님을 얻고 마조(馬祖)스님이
백장(百丈)스님을 만났던 경우처럼 물과 물이 서로 합하듯 거슬릴
수 없으리라.” 환암집(幻庵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