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6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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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선림보훈 하
2.
졸암스님이 승상(丞相)우윤문(虞允文)에게 말하였다.
“대도는 훤출하여 본래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이 없습니다.예컨
대 이윤[伊尹:탕(湯)임금 때의 훌륭한 재상]과 여망[呂望:주나라
무왕(武王)때의 어진 신하로 강태공이라 알려져 있음]이 농사짓
고 물고기 잡는 데서 일어나 왕의 스승이 된 것과도 같으니,어찌
지혜롭고 어리석은 정도를 가지고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그러나
대장부가 아니라면 누구라서 대도의 대열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
까.”
3.
선 야암(璇野庵)스님은 항상 황룡스님에 대해 말을 하였다.
황룡 남스님은 관후(寬厚)․충신(忠信)하고 공순․자애로웠으며
도량은 원대하고 박학하다고 널리 소문이 나 있었다.항상 운봉
열(雲峯悅)스님과 호상(湖湘)에서 노닐었는데,한번은 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게 되었다.운봉스님은 두 다리를 길게 뻗고 양손을 무
릎에 얹은 채 마주앉았으나 황룡스님은 홀로 꼿꼿이 앉아 있었다.
운봉스님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불조의 오묘한 도는 두서너 집 모인 촌락이나 쓸쓸한 옛 사당
속에서 죽은 모습이나 짓고 있는 생명력 없는 것이 아니오.”
그러나 황룡스님은 머리를 조아리고 사례할 뿐,꼿꼿이 앉기를
더욱 고수하였다.그러므로 황태사 노직(黃太史魯直)이 그를 칭찬
하기를 “황룡 남스님께서는 언제 어디서나 공경을 잃지 않았으니
참으로 총림의 기둥이다”하였던 것이다. 환암집(幻庵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