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2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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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선림보훈 하



            자비로운 은혜가 사물에게까지 미쳤으니,스님을 관산에서 쓸쓸하
            게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겠는가.”

               마침 추밀(樞密)인 왕명원(汪明遠)이 여러 관부를 순찰하다가
            구강군수(九江郡守)임숙달(林叔達)에게 이르자,그는 원통전에 법

            석을 마련하고 스님을 맞이하려 하였다.스님은 명을 듣자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도가 시행되겠구나.”

               그리고는 즉시 기쁜 마음으로 주장자를 끌고 왔다.법좌(法座)
            에 올라 설법하기를 “이 자리는 사람 살리는 약을 파는 데가 아
            니라 죽은 고양이*를 팔 뿐이니,그런 줄도 모르고 생각 없이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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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었다간 온몸에서 식은땀을 뺄 것이다”하였다.그러자 승속이 깜
            짝 놀랐으며 법석이 이때부터 크게 떨치게 되었다.
                                                          난암집(嬾庵集)



                 2.
               옛날엔 몸을 수행하고 마음을 다스리면 다른 사람과 그 도를

            나누어 가졌고 사업을 일으키면 다른 사람과 그 공로를 함께하였
            으며,도가 완성되고 공덕이 드러나면 남과 그 명예를 함께하였
            다.그리하여 도는 완전히 밝아지고 공업은 다 성취되었으며 명예

            는 영화로웠다.
               요즈음 사람들은 그렇질 않다.자기의 방법만 고수하며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나을까 염려할 뿐 아니라,또 선(善)을 따라 의로

            *어떤 스님이 조산(曹山)에게 묻기를 “세간에서 어떤 물건이 가장 귀합니까?”
              하니 조산스님이 대답하기를 “죽은 고양이가 가장 귀하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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