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3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P. 243

간당 행기스님 243



            움을 힘써 자신을 넓히지도 못한다.또한 자기의 공로를 독점하여
            남이 그것을 차지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덕 있고 유능한 사람

            에게 맡김으로써 자신을 크게 하지도 못한다.자신의 명성을 독점
            하여 남과 나누지 않고 자신을 낮추어 덕을 빛내지도 못하며 중

            생을 인도함으로써 자신의 명성을 드날리지도 못한다.이 때문에
            도는 가려지고 공로는 손상되며 명예는 욕스러워지는 꼴을 면치
            못한다.

               이것이 옛날 납자와 요즘 납자의 큰 차이다.


                 3.

               “ 도를 배우는 것은 마치 나무를 심는 일과도 같다.잎이 무성
            해야 베어서 땔감에 공급하고 좀 자란 뒤에야 찍어서 서까래를
            만들며,더 자라면 베어서 기둥을 만들고 완전히 커져야 대들보가

            되니,이는 노력을 많이 들여야 그 쓸모도 커진다는 얘기가 아니
            겠는가.
               때문에 옛사람은 그 도가 견고하고 커서 좁지 않았고 지향하

            는 목적은 멀고 깊어서 지나치게 세속적이지 않았으며,말은 고상
            하여 천박하지 않았던 것이다.마침 때를 잘못 만나 추위와 주림
            으로 언덕이나 골짜기에서 죽었다 해도,그가 남긴 가풍과 공덕은

            백천 년토록 뻗쳐 뒷사람들이 본받고 전하였던 것이다.
               가령 지난날 짧은 도로 구차하게 용납되고 근시적인 목적으로

            영합되기를 구하며,비루한 말로 세력 있는 이를 섬겼더라면 그
            이익은 자기만을 영화롭게 하는 데 그쳤을 뿐,남은 은택이 후세
            에 두루 미칠 수 있었겠는가.”                 여이시랑이서(與李侍郞二書)
   238   239   240   241   242   243   244   245   246   247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