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1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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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원조스님 261
더러는 이런 데에 넘어가지 않은 자도 있었으니,바로 그런 이
를 총명하고 원대한 군자라 말한다.
나는 어리석고 졸렬하며 엉성하고 게을러서 다른 사람에게 아
부하고 부질없이 기쁘게 하지는 않았다.드디어는 이 때문에 사람
들이 헐뜯고 비방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나는 이야기를 듣고 스
스로 자신을 반성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상대방의 말이 과연 옳은 것일까.옳다면 나는 당연히 허물을
고치리라.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바로 나의 스승이다.상대방의
말이 과연 잘못된 것일까.그렇다면 상대방이 부질없을 뿐이다.
어떻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
이런 판단이 선 후로는 귀로 듣고만 있었지 입으로는 따지지
않았다.사람들이 살폈느냐 살피지 못했느냐 하는 것은 그들의 재
능과 식견이 총명한가 총명하지 못한가에 있었을 뿐이다.내가 무
엇 때문에 잘잘못을 따져 가지고 다른 사람의 인심이나 사려 하
겠는가.그러나 오랜 후에 밝혀질는지,뒷세대에 가서야 밝혀질는
지,영원히 밝혀지지 않을는지는 모를 일이다.
문중자(文中子:수나라 양제 때 사람,王通)는 말하기를 ‘어떻
게 비방을 그치게 할까.이러니저러니 따지지 말아야 하리라’하
였다.나는 이 말씀을 명심하리라.” 지도집(芝圖集)
가볍게 믿지 마시고 왕께서는 이를 살피십시오.”
왕은 매우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