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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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유청스님 95
17.
옛 스님[先哲]이 말하기를,‘수행하는 과정에서는 깨닫기가 어
렵고,깨닫고 나서는 지키기가 어려우며,지키고 나면 실천에 옮
기는 일이 어렵다’라고 하였는데,지금 막상 실천하려고 보니 깨
닫고 지키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 이유는 깨닫고 지키는 일은 굳세고 열심히 정진하여 혼자
서 힘쓰면 될 뿐이지만,실천에 옮기는 것은 반드시 평등한 마음
으로 죽기를 맹세하고 자기를 덜어내어 남을 이익케 한다는 책임
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등하지 못하고 결심이 굳지 못할 경우,자신을 덜
어 남을 이익되게 하는 일이 뒤바뀌어 세속과 영합하는 중이 되
니,두려워해야 한다.
18.
동산(東山)사형께서는 천성이 뛰어나 모든 일상이 법도에 맞
았다.평소에 하신 법문은 그 이치가 자연스럽고 훌륭하여 제방
(諸方)에서 이를 본뜨고자 하였다.그러나 그들의 논리는 궤변이거
나 속되지 않으면 과장되고 고루하여 끝내 스님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또한 옛날 사람들 중에서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분이
었다.
그러나 사형께서는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 잘난 점을 누그러뜨
리고 주리고 목마른 사람보다 더 간절히 중생을 이끌어 주셨다.
언젠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법이 없는데 어떻게 제자(諸子)를 지도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