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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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123
고 모든 사람을 하잘것없이 보아 마음에 인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이 산에서 늙어 죽으려 한다”고 말하였는데 우연히 어느 날
밤 이장자(李長者)의 화엄십명론(華嚴十明論) 을 읽다가 크게 깨쳤
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밤 경행(經行)중에 어느 두 스
님이 황룡스님의 ‘부처님 손,나귀 다리,태어난 인연처’의 3관 화두
를 거론하는 것을 듣다가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들에게 물었다.
“혜남(慧南)스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 황벽사에 있습니다.”
동틀 무렵 곧바로 황벽사 혜남스님을 찾아가 한 번 만나 이야기
해 보고는 자기가 그보다 모자란다고 생각하였다.
다시 취암(翠庵)의 가진 점흉(可眞點胸)스님을 만나보러 가서 방
에 들어가려는 찰나에 가진스님이 물었다.
“‘여자가 정에서 나왔다[女子出定]’*는 뜻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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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에 홍영스님은 그의 손을 끌어다가 무릎을 긁고 떠나가자
가진스님이 웃으며 말하였다.
*문수보살이 부처님들이 모인 곳에 갔을 때 모두들 돌아갔는데 오직 한 여자가
부처님 곁에서 삼매에 들어 있었다.그리하여 부처님께 묻되 “이 여자는 부처
님 곁에 있는데 저는 어찌 그러지 못합니까?”하니,“네가 이 여자를 삼매에서
깨워 물어보아라”하였다.이에 문수가 손가락을 퉁기고 갖은 신통력을 다하
였는데도 해내지 못하였다.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백천 문수가 오더라도
깨어나게 못 할 것이다.아래쪽 24항하사 국토를 지나면 망명(罔明)보살이라는
이가 있는데 그이라야 이 선정을 깨우리라”하셨다.그러자 잠깐 사이에 망명
보살이 땅에서 솟아올라 세존께 절하니 세존께서 여자의 선정을 깨우라 하셨
다.그리하여 손가락을 한 번 퉁기니 여자는 선정에서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