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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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파는 장사치*는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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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스님은 이 일로 스님의 기변(機辯)이 속박에서 벗어났음을
알고 크게 칭찬하니 당대의 학인들이 종사(宗師)로 우러러보게 되었
다.
늙어서는 원통사(圓通寺:廬山)의 수좌로 있었다.혜남스님은 여
산에서 찾아온 스님을 만나면 반드시 홍영수좌를 찾아본 적이 있었
는가를 묻고는 모른다고 하는 자가 있으면 “그대는 행각하면서 여
산까지 갔었는데 홍영수좌를 알지 못하는가”하였다는데,이는 보배
산[寶山]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사람들의 낭설이다.왜냐하면 스
님은 혜남스님이 세상에 살아 계실 때에는 법을 펴지 않았으며,혜
남스님이 입적하자 “큰 법을 지닌 분이 나를 버렸으니 이제 그 누
가 감당할까?”하면서 그제서야 세상에 나와 늑담사(泐潭寺)에 주지
하였던 것이다.스님은 매우 많은 게송을 남겼지만 여기에는 그 중
세 수만을 기록하니 이것만으로도 스님의 인품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석문의 험한 길 굳게 닫힌 철책 관문
눈 들어 바라보니 겹겹이 높은 성
뿔 없는 무쇠소가 들이받아 깨부수니
비로자나 바다에 파도가 들끓는구려.
石門路險鐵關牢 擧目重重萬仞高
無角鐵牛衝得破 毗盧海內鼓波濤
*남을 밥 먹게 해주면서 자기는 음식 맛을 모르는 이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