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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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129
하여 곧바로 분별해 내는 경우입니까?아니면 그 이치가 모두 갖추
어져 있어서 같고 다름을 구별할 게 없다는 것입니까?이것이 제가
일찍이 의심을 품어 왔으나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 나는 그대의 의심을 풀어 줄 수가 없다.그러나 내 듣기에는 세
존께서 이 세상에 계시던 때 어느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성품이
워낙 우둔하여 기억력이 없었다.부처님께서 ‘초추(苕箒:빗자루)’라
는 두 글자만을 외우도록 하였다.그는 아침저녁으로 두 글자만을
외웠지만 ‘초(苕)’자를 읽다 보면 ‘추(箒)’자를 잊어버리고 ‘추’자를
읽다 보면 ‘초’자를 잊어버렸다.그러나 매일 스스로 자신을 꾸짖고
끊임없이 생각하다가 어느 틈엔가 마침내 ‘초추’라고 외울 수 있었
다.이에 크게 깨치어 막힘 없는 언변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그대
가 ‘초추’두 글자를 외우는 것처럼만 한다면 옛 큰스님께서 대자대
비하신 까닭에 만물을 위하는 마음이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말에 그 스님은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물러갔다.
76.의심받은 불사/법창 의우(法昌倚遇)스님
법창 의우(法昌倚遇:1005~1081)스님은 북선 지현(北禪智賢)스
님의 법제자이다.주지생활 30년 동안 화전을 일구어 농사짓고 살면
서 스님들이 그곳을 찾아오면 반드시 그를 시험해 보았다.홍영 소
무(洪英邵武)스님과 성(聖)스님은 모두 황룡(黃龍)스님 문하의 훌륭
한 제자들인데 그들과 우의가 두터웠고 그의 법구(法句)는 총림에
많이 알려져 있었다.회당(晦堂)노스님이 일찍이 그곳을 지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