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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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그러므로 본체는 스스로 성립하지 못하고 이

            름은 스스로 불리지 못하니,하나의 색이 이미 그렇다면 만법도 다
            그러하여 모두 자성(自性)이 없는 의식과 언어일 뿐이다.그러므로
            ‘만법은 본디 한가한데 사람 스스로가 시끄럽게 법석댄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유(有)’의 마음이 일어나면 온갖 경계가 모두
            ‘유’이고,‘공(空)’의 마음이 일어나는 곳에는 온갖 경계가 모두 ‘공’

            이다.그렇다면 ‘공(空)’은 스스로 ‘공’이 아니라 마음을 의지하여
            ‘공’이 되며,‘유’는 스스로 ‘유’가 아니라 마음으로 인연하여 ‘유’가
            되는 것이다.이미 ‘공’도 아니요 ‘유’도 아니라면 오직 식이며 마음

            일 뿐[唯識唯心]이니 마음이 없다면 만법이 어디에 의지하겠는가?
            또한 과거의 경계를 어찌 ‘유’라 할 수 있으랴?생각에 따라 일어나
            는 곳에 갑자기 앞에 나타나니,만일 생각이 생기지 않는다면 바깥

            경계는 끝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이는 모두 중생의 일상생활에서
            현실로 느껴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이해하기 쉬우니 어찌 닦아 깨침
            을 빌리겠는가?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 것이다.그

            러므로 옛 큰스님은 ‘오직 식[識]인 줄 아는 대근기는 항상 자기 마
            음의 의식과 언어를 바깥 경계라고 관[觀]한다’고 하였으니,이 말
            은 처음 ‘관’할 때 비록 성인의 지위에 이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분명히 의식과 언어를 부분적으로 알면 보살이라는 것이다.

               셋째의 교설을 통해 안다[約敎而知]는 것은  대경(大經)에 ‘삼
            계는 유심(唯心)이요,만법은 유식(唯識)’이라 하니,이것이야말로 깨

            달아야 할 근본 이치[所證本理]인 동시에 이치를 설명해 주는 방편
            [能詮正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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