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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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 중생 모두가 비고 고요하여 신령하게 아는 성품[空寂靈性]
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는 부처님과 다를 바 없습니다.그렇지만 아
득한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이를 깨닫지 못하고 부질없이 일신에 집
착하여 ‘나’라는 생각[我相]을 내기에,사랑과 미움 따위의 정이 생
겨나고 그 정을 따라 업이 지어지고 업을 따라 과보를 받게 되어
영겁(永劫)토록 낳음․늙음․질병․죽음이 윤회하는 것입니다.그
러나 이 몸 속의 알아보는 성품은 나거나 죽는 일이 없으니 이는
마치 꿈속에서 쫓기어도 몸은 변함없이 편안한 것과 같으며 또한
물이 얼어 얼음이 되어도 축축한 성질은 바뀌지 않는 것과 같습니
다.
만일 이 이치를 깨닫게 되면 그대로 법신(法身)이니,본디 태어
남이 없는데[無生]어디에 의탁하겠습니까?신령스러워 어둡지 않
고,밝고 밝아 항시 알아보지만 온 곳도 없고 어디로 가는 곳도 없
습니다.그러나 여러 생에 윤회하면서 망정과 집착을 익혀 그것이
성품이 되어 기쁨․성냄․슬픔․즐거움이 미세하고도 끊임없이 진
리에 들어오니 이러한 것은 영특하게 통달한 사람이라 해도 갑자기
없애기는 어렵습니다.그러므로 모름지기 오래도록 살펴서 줄여 가
고 또 줄여야 합니다.이는 마치 바람은 갑자기 멈춰도 물결은 서서
히 잠자는 것과 같으니 어찌 한 번의 몸으로 닦아서 갑자기 부처님
의 기용(機用)과 같아질 수 있겠습니까?다만 공적(空寂)으로 본체를
삼을지언정 망념을 그것이라고 오인하지 말아야 하며,진지(眞知)로
본심을 삼아 망념을 인정하지 말아야 합니다.만일 망념이 일어났다
하여도 전혀 망념을 따르지 않는다면 죽음에 이르러도 자연히 업이
그대를 얽어매지 못할 것이며,설령 중음신(中陰身:죽은 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