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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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155
계합한다는 것이니,믿는 단계에 들어가면 조사의 지위에 오르게 된
다고 한다.
다음으로 지금 세상에서 닦는 방편을 기준으로 살펴보자면 중생
계(衆生界)에는 첫째,미루어 앎[比知],둘째,그대로 앎[現知],셋째
교설에 의지해 앎[約敎而知]이 있다.
첫째 미루어 앎[比知]이란 번뇌에 싸인 지금 우리의 경우이다.
밤에는 모두 꿈을 꾸게 되는데 꿈속에 나타나는 좋고 나쁜 경계에
대하여 근심․기쁨이 분명하지만 깨어 보면 침상 위에서 잠자는 몸
이니 어찌 이를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 하겠는가.모두가 꿈속에서
의식과 생각이 만들어낸 것이다.그러니 깨어났을 때 보이는 경계도
모두가 꿈속과 같아서 실제가 없음을 미루어 알 수 있을 것이다.과
거․미래․현재 3세의 모든 경계는 원래 제8아뢰야식(第八阿賴耶
識)의 직접적인 상분(相分)으로서 본식(本識)이 변한 것이다.현재의
경계는 명료의식으로 분별하는 것이며,과거와 미래의 경계는 독두
(獨頭)의식과 산란(散亂)의식의 사유(思惟)여서 꿈속에서와 깨어 있
을 때의 경계가 비록 다르다 하지만 모두 의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니,유심(唯心)의 뜻도 여기에 미루어보면 분명해질 것이다.
둘째의 그대로 앎[現知]이란 사물을 대하는 대로 분명히 알아 비
교나 추측을 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예컨대 현재 파란 물건이나
흰 물건을 보는 경우,그 물건은 본래 자체가 비었으므로 ‘나는 파
랗다’,‘나는 희다’말할 수 없고 모두가 안식(眼識)의 분(分)이 그것
과 동시에 일어나는 의식(意識)과 함께 헤아리고 분별하여 파랗다
희다 하는 것이다.이렇게 의식으로 색(色)인 줄을 판단하고 말로
파랗다고 하니,모두 의식과 언어가 망령되게도 거친 6진(六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