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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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153
몸을 받기 이전 상태)을 받는다 하여도 자유로워 천상이든 인간세계
이든 마음대로 의탁할 수 있게 됩니다.만일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
음이 없다면 분단의 몸[分段身:여러 생에 일정한 기간씩 생사를
거듭하는 몸]을 받지 않게 되므로 자연히 짧은 목숨이 장수하게 되
고 추악한 것이 오묘하게 됩니다.또한 미세하게 흐르던 모든 것이
고요해져서 원만하게 깨달은 큰 지혜만이 오롯이 빛나면 곧 천백억
가지 몸을 나투어 인연 있는 중생을 제도하게 되니 이를 이름하여
‘부처’라 하는 것입니다.”
송(宋)시랑(侍郞)한종고(韓宗古)또한 일찍이 회당 노스님에게
서신을 올려 물었다.
“지난날 스님께서 ‘깨달으면 완전히 의심이 없어진다’고 말하셨
는데,까마득한 예로부터 있어 온 번뇌와 습기(習氣)는 한꺼번에 다
없앨 수가 없으니 어떻게 합니까?”
이에 대한 회당 노스님의 답서는 다음과 같다.
“보낸 서신 속에 담겨 있는 말을 살펴보니,‘깨달으면 깡그리 의
심이 없어진다고 하나 까마득한 예로부터 있어 온 번뇌와 습기는
한번에 다 없앨 수가 없다’고 말하였습니다.그러나 마음 밖에 다른
법은 없으니 번뇌와 습기가 무엇이기에 그처럼 깡그리 없애려 하는
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그러므로 만일 이러한 마음이 일어나면 도
적을 자식으로 오인하는 격입니다.옛 스님들의 그와 같은 말은 병
에 따라 약을 마련한 것이므로 설령 번뇌와 습기가 있다 하여도 오
로지 여래의 지견(知見)으로 치유하면 될 뿐이니 이 모두가 좋은 방
편으로 후학을 이끌어 가르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만일 다스려야
할 습기가 결정코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마음 바깥에 없애야 할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