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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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떤 법을 두는 것이니,비유하자면 거북이가 진흙 위에 꼬리를 끌고

            가면서 발자국을 털어 버리면 또 다른 자국이 생기는 것과 같습니
            다.이는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쓰는 격이니,도리어 병만이 깊어지
            게 될 것입니다.진실로 마음 밖에 법이 없고 법 밖에 마음이 없음

            을 분명히 알아 마음과 법이 없어지고 나면 또다시 무엇을 말끔히
            없애려 하겠습니까?보내 온 물음에 간략하게 답하여 산중인의 서
            신으로 삼으려 합니다.”

               두 분 큰스님이 방편에 따라 하신 말씀은 각기 의미가 있는 것
            이지 애당초 우열이 없다.그렇지만 규봉스님의 답서는 뒤의 한종고
            의 물음에 대한 답이 될 만한 것으로서 종지를 잃지 않고 바른 견

            해를 분명히 밝힌 것이니,종밀스님의 말을 회당 노스님의 말씀과
            비교하여 살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92.닦아 증득함에 대한 두 법문/영명 연수(永明延壽)스님



               영명 연수(永明延壽:904~975)스님이 말씀하셨다.
               “불조의 정종(正宗)을 진실로 뉘라서 알겠는가.믿음만이라도 있
            으면 중생을 제도할 수 있다.나아가 닦아 깨치는 단계를 논하자면,
            총림에서는 모두 보살의 지위를 공부한 수준에 따라 다르게 보고

            있다.
               우선 교학에서는 초심(初心)보살을 모두 ‘미루어 아는[比知]’단

            계로 인정한다.또한 가르침[敎]을 통해 깨친다고도 한다.먼저 설법
            을 듣고 앎으로써 믿고 들어간 뒤에 생각 없는[無思]방편을 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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