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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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25
“넉넉하지 못했던 때에는 6,70세를 살아 온 사람이 흔치 않았지
만,그대들은 우리 불법에 들어와 손발 하나도 제대로 가다듬지 못
하여,빠르면 3,40세쯤 되어 어느덧 몸이 쇠약해지고 병이 든다.
몸이 쇠약해지고 병이 들면 늙게 되고,늙으면 죽음에 이르게 되니,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다고 이렇게 제멋대로 사는가.어찌하여
초저녁부터 밤중까지 고요한 공부를 닦지 않는가.”
문로공(文潞公)이 북경을 다스릴 무렵,회동스님이 떠나고자 하
여 찾아가니 문로공이 말하였다.
“법사께서는 연로하신데 또다시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 죽으러 가는 길입니다.”
문로공은 웃으면서 그 말을 농담이려니 생각하고 눈인사로 스님
을 전송하였다.문로공은 집에 돌아와 자제들에게 말하였다.
“스님의 도는 심오하고 안정되어 있으며 유머가 풍부하니 보통
분이 아니구나.”
그리고는 사람을 보내어 문안을 드렸는데,과연 스님은 입적하셨
다.이에 문로공은 매우 놀랐으며,오랫동안 기이하다고 탄식했다.
얼마 후 다비를 할 때 몸소 다비장으로 찾아가 유리병을 앞에 놓고
서 축원하였다.
“불법이 과연 신령하다면 바라건대 이 병을 사리로 채워 주소
서.”
축원이 끝나자마자 공중에서 연기가 내려와 병 속으로 말려 들
어가더니 연기가 사라지자 그의 축원대로 병 속엔 사리가 가득하였
다.그 뒤로 문로공은 정성을 다해 불경을 탐독하였으며,스님과 늦
게 알게 된 것을 안타까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