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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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139
보이거나 글자를 써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무슨 뜻입니까?”
“ 그것도 부질없는 일이지.그대가 만일 깨달았다 하여도 밖에서
얻어 온 것이 아니며,깨닫지 못하였다 하여도 잃어버림이 아니다.
이제 묻겠는데,참선하는 도를 배울 때 여러 선림(禪林)의 노스님들
이 그대 몸을 어디 가리키며 너의 불성이냐고 하면 말하는 것이 불
성일까,묵묵히 있는 것이 불성일까,아니면 모든 것이 불성일까,모
든 것이 불성이 아닐까?만일 말하는 것이 불성이라 한다면 마치
장님이 코끼리의 코와 귀와 어금니를 더듬는 격이며,침묵을 불성이
라 한다면 이는 무사무념(無思無念)이니 코끼리의 꼬리를 더듬는 격
이다.또한 말하지도 않고 침묵하지도 않는 것을 중도(中道)라고 생
각한다면 코끼리의 등을 매만지는 격이며,모든 것이 불성이라 한다
면 이는 코끼리의 네 발을 더듬는 격이며,모든 것이 불성이 아니라
한다면 이는 본래의 코끼리까지도 부정해 버리는 것이니 공견(空見)
에 빠진 격이다.수많은 장님들이 모두 코끼리를 보았다 말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코끼리 위에 올라앉아 저마다 다른 모습에 다른 이
름을 붙여 온 줄을 알겠느냐?
그대가 육구(六句)를 깨치려 한다면 코끼리를 더듬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지금 그대가 보고 느끼는 것을 불성이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또한 불성이 아니라고도 말하지 말라.
이 때문에 조사가 말씀하셨다.
보리는 본래 있는 것이 아니나
그렇다고 보리 아닌 것도 없으니
기어코 보리 있는 곳을 찾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