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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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겨우 공부할 단계에서 벗어나는 도리를 불법이라고 생각하면 언
제나 마음이 쉬어질 수 있겠는가?”
상좌가 그만 하시라고 청하여도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임종 때에는 법당에 올라 주장자를 들어올리며 대중에게 설
법하였다.
“말해 보아라.옛 부처가 여기 오셨는데 무엇 때문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가를.”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자 다시 스스로 말하였다.
“그들이 가는 길에 힘을 얻지 못하였도다.”
또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힘을 얻을 수 있는가?”
그리고는 주장자를 어깨 위에 비껴 얹으면서 말했다.
지팡이 비껴 메고 사람 돌아보지 않은 채
천봉만학(千峯萬壑)깊은 곳으로 들어가오.
楖標橫擔不顧人 却入千峯萬峯去
말을 마치고 열반하니,아!오늘날의 학인들은 식견과 취향이 옛
분들과 어쩌면 그렇게도 동떨어지는지.
상암주는 효총 등두(燈頭)의 한마디 말을 듣고서도 그가 운문의
자손임을 알았으며,뒷날 그의 예언을 벗어나지 않았는데,오늘날엔
얼굴을 마주하고 일생 동안 논변을 하면서도 삿된지 바른지를 가리
지 못하는 사람마저 있다.그 까닭은 무엇일까?스님이 생사의 갈림
길에서 이처럼 초연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던 사실로 미뤄보아 평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