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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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이불을 덮고 있었다.그러나 오늘날엔 그렇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겹겹으로 된 담요 위에 요까지 덮고 있으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살기 좋은 세상임을 느끼노라.”
4.만법의 움직임이 마음의 힘/화엄론
화엄론(華嚴論) 에 말하였다.
“법성(法性)을 따르면 만상(萬相)이 모두 없어지고,지혜의 힘을
따르면 뭇 상(相)이 따라서 나타나니 숨고 나타남은 인연 따라 생길
뿐 만드는 자[作者]가 없다.그런데도 범부(凡夫)는 집착하여 무명
(無明)을 지으니 집착과 장애가 없어지면 지혜의 작용은 자유자재하
리라.”
또 영명 연수(永明延壽:904~975)스님은 말하였다.
“진리[一眞]의 경지를 여의지 않으면 교화 방편[化儀]은 갖가지
로 응변(應變)하리라.그런 까닭에 화살로 돌범을 뚫은 것이 힘으로
써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술에 취하여 삼군(三軍)을 호령한 것이
누룩[麴蘗]의 힘 때문이겠는가?또한 차가운 겨울 산골짜기에 죽순
이 돋은 것이 어찌 따뜻한 햇볕 때문이며,얼음 위에 뛰쳐 오른 잉
어가 어찌 그물 때문이겠는가?이 모두가 지극한 마음의 감응으로
신비로운 일이 나타난 것이다.그러므로 만법의 움직임이 모두 자기
마음의 힘임을 알 수 있다.”